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MARE
2021 '김기철 도예전'
2021. 8. 22 - 9 . 2
도예가 김기철이 만드는 도자기의 뿌리의 특징은 자연이다. 여기서 말하는 자연은 광대무변한 우주나 대지나 바다 같은 거대한 것이 아니라 땅을 어머니 삼아 자라난 지극히 사소한 식물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. 그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든다면 길섶에 소리 없이 태어나 꽃 피운 귀여운 제비꽃이나 물가에 수줍은 듯 얼굴을 내밀고 있는 붓꽃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. 대체로 작가가 접하는 모든 식물의 잎이나 꽃, 그리고 그 열매가 소재가 된다고 볼 수 있다. 작가는 햇빛 쨍쨍한 맑은 하늘 아래 한차례 소나기가 지나고 간 다음의 연잎 위 영롱하게 빛나는 물방울 같은 데서 남다른 감동과 영감을 받는다고 말한다.
작가는 우리 도자기의 정체성을 지키고 우리 것을 세계에 내보이려면 국적 불명의 남의 것을 모방할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전통의 줄기를 붙잡고 이 시대에 새로운 형태의 도자기를 만들고 있다. 무엇보다도 백의민족의 단순 소박한 정서가 깃들어 있는 백자를 주축으로 발전시켜 나아가는 것을 정설로 알고 있다. 다시 말해 조선조 500년의 석탑을 100년마다 한 층씩 쌓아 5층 탑이 세워졌다고 할 때 우리가 할 일은 그 석탑을 송두리째 헐어버리고 새로 쌓는다든지, 아니면 구태의연하게 똑같이 옛것을 모방할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또 다른 한 층을 올려놓는 것이 작가의 임무라 믿는다.
작가의 가마는 일체의 현대 기구를 배제하고 그 옛날 무명 도공들이 지켜온 그 수법으로 수비(水飛)에서 소성(燒成)까지 철저하게 지켜오고 있다. 최종적으로 용가마에는 우리 육송(陸松)을 껍질 벗겨 장작으로 쓴다. 여기서 우리 육송을 언급한 것은 미송(美松)이나 왜송(倭松)을 안 쓴다는 이야기다. 왜냐하면 나무가 타면서 내뿜는 성분이 육송이어야 그 특유의 성분(그을음과 불길)이 살 속으로 스며들어 신비한 유약 역할을 해서 도자기 자체가 숨을 쉴 뿐만 아니라 오묘한 질감과 빛깔을 선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. 설령 이런 다기로 차를 마시거나 물을 마실 때 그 맛이 확연히 다를 뿐만 아니라 푸근한 분위기로 우리를 기쁘게 해줄 수 있다.
작가는 물레를 쓰지 않고 모두 손으로 작품을 빚는다. 번잡스러운 기교가 없음에도 날아갈 듯 자유스럽고 살아 숨쉬는 것 같은 특유의 분방함이 느껴지는 이유이다.
불균형 속에 균형이 조화를 이루어 자연의 형태에 가까워 살아 숨쉬고 쓸수록 정이 피어나는 유정의 도자기를 만든다. 현대 기구로 구어 낸 도자기로는 언감생심 바라다볼 수도 없는 생명체의 경지라 자부한다.